여러분들은 어떤 드라마를 좋아하시나요? 오늘은 빈티지한 클래식 패션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열광했던 드라마 한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말씀 드리기에 앞서 연상되는 키워드는 영국, 갱스터, 1920s 정도가 되겠네요. 무슨 드라마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혹은 벌써 눈치 채신 분도 계실 것 같은데요.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전역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실제 범죄조직을 모티브로 제작된 ‘피키 블라인더스(peaky blinders)'입니다. 

 

The Peaky Blinders are a romanticised myth [gq-magazine]

드라마와 저희 브랜드의 무드가 비슷해서인지 매장에 방문 해주시는 분들께서도 종종 언급을 해주시곤 하는데요. 부기홀리데이의 그린 라벨도 1920~50년대의 유럽의 복식을 기반으로 디자인을 하고 있어 당시의 시대배경과 복식문화를 소개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직후, 버밍엄의 작은 마을의 ‘피키 블라인더스’는 ‘쉘비 패밀리’가 이끄는 작은 세력이었습니다. 삼형제와 그들의 고모가 주축을 이루며 불법사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중 이들은 점점 거대한 사건들에 개입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경찰과 정부 그리고 적대조직과의 갈등 속에서 영국 전역까지 세력을 넓혀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지만, 단순히 범죄라는 자극적인 주제만 다룬 것은 아닙니다. 제작진들은 혼란스러운 사회와 그들이 암약하던 당시의 시대상은 물론이고, 패션에 대한 고증까지도 완성도 높게 구현해냈죠. 자 그럼, 그것들에 대해 조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The Peaky Brothers [peaky blinders official website]

An early shot of Cillian Murphy [Robert Viglasky]

그들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템을 꼽자면 카스케트(casquette)가 대표적입니다. 생소하게 느껴지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신문팔이 소년들이 주로 썼다고 해서 뉴스보이캡(newsboy cap)이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죠. 노동자와 하층민 계층에서 주로 쓰던 모자였지만 상류층 또한 스포츠 활동을 할 때 즐겨 썼다고 합니다. 

WILD BRICKS 20FW NEWSBOY CAPS

실제로 당시의 갱스터들은 페도라[fedora]를 쓰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쉘비 형제들은 버밍엄이란 작은 마을의 노동자 출신이었기 때문에 광택감 있는 포멀한 수트, 값비싼 페도라나 탑 햇[top hat]보단 트위드처럼 거친 페브릭의 의류와 함께 카스케트를 즐겨 쓰곤 했죠. 극 중에선 모자의 브림[brim]과 크라운[crown] 사이에 면도날을 달아 사람들을 위협하며 마치 그것이 피키 블라인더스의 상징처럼 연출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The Peaky Brothers [peaky blinders official instagram]

The Peaky Brothers Style [peaky blinders official website]

BOOGIE HOLIDAY STORE's Vintage Pocket Watches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회중시계입니다. 베스트 혹은 자켓의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는 시계의 의미로 포켓와치(pocket watch)라는 이름도 있죠. 당시엔 고가의 물건이었기에 시계를 살 형편이 안 되는 일부 상류층들은 주머니에 체인만 걸쳐 놓고 다니기도 했다고 합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장교 혹은 병사들이 회중시계를 가지고 참전을 했습니다만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을 느껴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손목시계가 발달 되었다고 합니다. *

스크린 속 ‘피키 블라인더스’는 가문과 조직을 상징하는 팬던트와 함께 착용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이 덕분인지 회중시계의 가치와 관심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Paul Anderson as Arthur Shelby [peaky blinders official website]

BOOGIE HOLIDAY 20F/W LOOKBOOK

사실 그들의 패션은 잔류해있던 계층 간의 벽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재킷 안에 입는 이너(inner)가 그 중 하나인데요. 당시엔 칼라(collar)의 탈부착이 가능한 셔츠(detachable collar shirt)가 상용화 되었지만 노동계층은 값비싼 이 셔츠들을 살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헨리넥 셔츠(henley neck shirt)나 칼라가 없는 이너를 입곤 했죠.

BANFF2018 Rockie [peaky blinders official instagram]

BOOGIE HOLIDAY Shirts

하층민과 노동자들은 카라가 없는 셔츠를 착용하는 반면, 드라마 속 쉘비 형제들은 드레스 셔츠(dress shirt)를 주로 입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돋보이는 것은 성직자(cleric)들이 입던 셔츠로부터 유래된 라운드 칼라 클레릭 셔츠(round collar cleric shirt)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칼라가 둥근 모양을 띄고 있어 귀여운 이미지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유려한 곡선은 사실 드레시(dressy)한 복장에 매우 잘 어울리죠. 고전적인 형태인 높고 폭은 좁은 칼라의 셔츠에 멋진 타이까지 한 스타일을 보다보면 갱스터라는 이미지는 금세 잊을 만큼의 드레시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BOOGIE HOLIDAY 20F/W LOOKBOOK

BOOGIE HOLIDAY, 2019



패션에 있어 다양한 스타일과 해석이 나오고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는 쉽게 느낄 수 없는 당시의 고증과 분위기를 깊고 진하게 전달해줍니다. 빈티지 클래식 패션을 선호하지 않았던 분들도 드라마를 보시고 저희 매장에 찾아오시는 일이 생길 정도로 말이죠. 저희 ‘부기홀리데이’에서는 당시의 무드와 복식문화를 느끼고 직접 경험하며 함께 공유할 공간을 마련해 두었으니, 많은 분들이 편하게 방문하셔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