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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30

IVY & Preppy

Ivy League college students, (1960's) [Brooks Brothers twitter]


아이비와 프레피’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독자 여러분들도 충분히 알고 계시겠지만 이 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고 그것을 구분하는데 모호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오늘은 서로의 시대적 배경부터 내포하고 있는 가치관까지 심층 있는 이야기를 담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Harvard Medical School Fraternity, (1932) [The Invisible Agent - Word Press]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모습의 아이비 스타일은 가장 부흥했던 시기인 1950~60년대에 담긴 아이비리거의 모습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그때가 태동기라고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말이죠하지만 사실 1920~30년대부터 오랫동안 이어져 오던 전통 있는 복식이란 것을 알고 계셨나요?





Len Hutton playing for Yorkshire, circa August, (1951) [The Guardian]


당시 미국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학을 통칭하는 아이비리그에 소속된 대학생들은 유럽의 상류층 스포츠웨어(크리켓테니스폴로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그것을 들여오며 즐겨 입으면서부터 아이비라는 스타일이 형성되기 시작했죠.





Map of the IVY League schools [Wikipedia]


아이비리그가 위치한 곳은 미국의 뉴잉글랜드라는 지역입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식민시대 당시 이곳으로 이주한 영국 청교도인들은 목사 양성의 목적으로 하버드 대학과 다수의 명문대를 설립하면서 자연스레 과거 유럽을 대표하는 영국 전통의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Yale swim team, (1941) [ivy-style website]


그렇기 때문에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주체가 되었고 브루스 보이어(Bruce Boyer)가 집필한 트루 스타일(True Style)’에 의하면 1945년까지 배타적 시기였다고 표현합니다





President Roosevelt signs the GI Bill into law, (1944) [FDR Library]


Veterans registering for classes at Indiana University, (1947) [Indiana University Archives]


2차 세계대전 종전이라는 큰 역사와 함께 아이비는 황금기를 맞이하게 됩니다승전을 거두었던 미국은 경제적 호황을 누렸지만 퇴역한 군인들을 위한 보상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정부는 제대 군인 원호법(G.I Bill) 사회 적응 보장 제도를 시행했는데요그중 하나가 대학 등록금의 지원이었습니다그 결과, 1956년까지 220만 명이 대학에 진학을 할 수 있게 되었죠.





John F. Kennedy and Jackie Kennedy in Georgetown, (1954) [History Daily]


대중화에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인물도 있었습니다실제 명문 가문 출신에 아이비리거였던 미국의 대통령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는 평소 아이비 룩과 캐주얼한 라이프 스타일로 대중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재즈 뮤지션영화배우 등 인지도 있던 유명 인사들도 일조했던 덕분에 더 이상 소수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다수의 중산층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Prep Yourself A Vintage Ivy-League Style Manual [GQ magazine]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비에 내포되어 있던 과시나 사치 등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요그 당시 캐딜락(Cadillac) 같은 슈퍼카가 아닌 아버지가 타던 클래식카에 관심을 보였던 것처럼 부유한 집안의 자제라는 모습에 비해 다소 검소한 생활을 즐겼으니 말입니다


광택감이 있는 화려한 슈트나 값비싼 시계, 스포츠카 등을 누릴 수 있는 재력이 있었음에도 오히려 낡은 것들에서 멋을 느끼는 그들이었기 때문이죠이것은 유럽 상류층들의 모습과 흡사한데요. 오래된 것을 기릴 줄 알고 재력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 아이비리거들은 오히려 더 '쿨' 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Prep Yourself A Vintage Ivy-League Style Manual [GQ magazine]


Prep Yourself A Vintage Ivy-League Style Manual [GQ magazine]


그 때문인지 오래된 자전거를 타거나 팔꿈치에 패치를 덧댄 트위드 재킷을 주로 착용하며, 버튼다운셔츠의 카라를 일부러 사포질을 해서 입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너저분하게 입는 것은 자신들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관념 또한 자리했기 때문에 때와 장소를 구분할 줄 알았다고 합니다. 단지 지켜야 될 품위와 추구했던 전통성 그리고 편안함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즐겼던 것이죠.





Audience members at the Woodstock Music Festival, (1969) [SUITE NY]


60~7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은 베트남전쟁존 F. 케네디의 암살, LA 흑인 폭동 등 암울한 사회를 맞이하게 되는데요이는 곧 젊은 층들에게 반전 성향과 분노를 야기했고 그들은 자유와 평화를 갈망했습니다결국 자연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히피(Hippie)’라는 사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60년대 후반 즈음 *우드스톡 페스티벌(Woodstock Music and Art Fair)을 개최하고 이와 상반된 아이비는 몰락을 맞이하게 됩니다.  


약 50만 명이 대동했을 뿐만 아니라 사상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출연하여 흐름을 고조시키고 대중들은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 통상적이었기 때문이죠*우드스톡 페스티벌(Woodstock Music and Art Fair) - 1969년 8월 미국 뉴욕 우드스톡(Woodstock) 인근에서 개최된 축제로평화와 반전을 외치는 젊은 히피족들이 중심이 돼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정신을 음악으로 표출했던 페스티벌.





The Mods, (1960's) [LITTLELAMBLOG]


rockers at roadside cafe, (1964) [All that's interesting-website]


이렇게 히피(Hippie)’를 필두로 모즈(Mods)’, ‘펑크(Funk)’, ‘(Rock)’등 다양한 서브컬처가 대두되는 동시에 디자이너 브랜드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했습니다트렌드를 의식한 과감한 디자인이나 스트리트 패션 등에 초점을 두어 보여주는 것이 당시 흐름이었습니다.





Polo Ralph Lauren F/W, (1982) [ivy-style website]


패션계에서 아이비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을 때 프레피를 대표할 수 있는 랄프로렌은 유행을 좇지 않았는데요.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 힘든 세월을 지냈던 그는 어려서부터 영국의 상류층 문화와 복식을 동경해온 마음을 그의 컬렉션에 투영시켜 선보였습니다.





Polo Ralph Lauren S/S, (1988) [ivy-style website]


다만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상류층 복식에 다채로운 색감과 조금 더 캐주얼 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현대적인 요소를 잘 녹여냈습니다그 때문일까요대중들은 그의 컬렉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아이비에 기반 한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나 제이 프레스(J. Press)'와는 차이를 느껴, 명문 사립 고교 학생들을 일컫는 프레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The Ivy Look Heads Across US, (1954) [LIFE magazine]


The Ivy Look Heads Across US, (1954) [LIFE magazine]


아이비와 프레피는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변하면서 의미가 모호해지고 서로 혼동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마치 블루스(Blues) 음악에 뿌리를 둔 R&B와 소울(Soul)의 장르처럼 말이죠이 둘을 구분하는 대표적인 의견은 전통적인 가치와 철학을 담고 있는 아이비에 비해 프레피는 패션적인 성향이 더 강하고 캐주얼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근거로 브랜드 제이 프레스(J. Press)’는 전통성 있는 아이비를 고수했고 결국, ‘프레피가 호황이었던 80년대에 일본에 인수되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BOOGIE HOLIDAY 21SS LOOKBOOK


아무렴 어떤가요각각의 매력이 있고 멋이 담겨있는 이 둘은 차이점보다 교집합이 더 많죠유럽에서 시작되어 미국에서 변화가 일어난 상류층의 복식문화이기 때문입니다또한유행에 민감하고 편향적인 우리 옷장 속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춰주기도 한다는 점으로 남성복에서 큰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고 다른 장르보다 영속성을 짙게 띄고 있습니다사실이를 명확하게 구분 짓는 행위는 의미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단순히 우리는 복식을 통해 그것들이 지닌 철학과 문화를 순수하게 즐기면 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