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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3

Duffle Coat

Jean Cocteau wearing the short version of the Polar White duffle coat with Coco Chanel and Miss Weiseveiller in Veneto Street, Rome, (1958) [Tweedland the Gentlemen's club]

날씨가 어느덧 쌀쌀해지고 아우터를 필수적으로 걸치고 다녀야 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중 스타일과 보온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아우터는 ‘코트(coat)’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코트 중에서도 ‘더플코트(duffle coat)’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Boogie Holiday duffle coat [Boogie Holiday]

먼저, ‘더플코트(duffle coat)’의 ‘더플(duffle)’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벨기에 북부 항구도시 앤트워프의 ‘더플(Duffel)'이라는 지방에서 생산된 거칠고 두꺼운 울 소재로 외투를 만들어 어부들이 방한 목적으로입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죠. 하지만 몇몇은 당시 그들이 입었던 외투가 현대의 ‘더플코트’와 비슷한 외형이 아니었고 그 지역에서는 원단만 생산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퍼져있는 내용에 흥미롭고 다양한 이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Polish Frock Coat, (1850's) [GENTLEMAN GAZETTE]

남성 클래식 패션을 주로 다루고 있는 사이트 ‘GENTLEMAN GAZETTE'에 따르면 현대의 모습과 유사하게 디자인된 초안은 영국 왕립 해군의 아우터 납품업자였던 ‘John Partridge’라는 사람이 만든 제품이라고 합니다. 1850년대 유럽에서 널리 유행했던 폴란드식 군용 프록코트에 근간을 두었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말이죠. 지금과 생김새는 많이 다르지만 후드(hood)와 전면의 토글(toggle) 단추를 봤을 때 현대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더플코트’의 대표적인 특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Officers of the escort carrier HMS Pursuer whilst in Arctic waters, (1940's) [LONDONIST]

이처럼 ‘더플코트’의 디테일들은 각각의 이유가 담겨있는데요.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큰 후드, 옷을 충분히 껴입을 수 있도록 설계된 넓은 품 그리고 두꺼운 장갑을 끼고도 쉽게 여닫을 수 있는 토글 단추는 투박하고 엉성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갑판 위에서 혹한을 견뎌야 하는 해군들에겐 적합한 방한복이었습니다.




British sailor in a duffle coat, (1941) [WIKIPEDIE]

그로 인해, 1890년대 영국 왕립 해군이 북해 경비근무용으로 처음 채택하여 보급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죠. 흥미로운 사실은 영국 왕립 해군이 당시 생산과정에서 원단과 부자재 모두 자국(自國)의 것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내렸는데 이를 바탕으로 유추하여 ‘더플코트’는 어쩌면 ‘더플' 지방의 원단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Canadian General Henry (Harry) Crerar and Field Marshal Bernard Montgomery, Germany, (1945) [ww2db.com]

A sailor and a British Navy officer in duffel coats, (1940's) [Duffle Coat Shop]
이렇듯 원산지에 대한 분분한 의견은 색상으로도 이어지는데요. 독자 여러분은 사진 속 ‘더플코트’가 어떤 색으로 보여 지시나요? 카멜(camel) 혹은 베이지(beige)일 거라 예상됩니다.하지만 사료에 의하면 ‘더플(duffel)’ 지방에서 생산된 원단은 검은 양모를 사용했다고 하죠. 그럼에도 사진처럼 카멜(camel), 베이지(beige) 컬러로 보이는 것은 위의 내용에 뒷받침을 해주는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Bernard Law Montgomery in a duffle coat, (1940's) [Duffle Coat Shop]

Bernard Law Montgomery in a duffle coat, (1940's) [Duffle Coat Shop]

이러한 논쟁을 뒤로하고 ‘더플코트’인기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게 된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영국군 총사령관을 맡아 활약했던 ‘버나드 몽고메리(Bernard Law Montgomery)’장군은 야전에서 방한복으로 즐겨 착용했는데요.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그의 별칭이었던 ‘몬티(Monty)'를 따서 ‘몬티 코트(monty coat)'라고도 불렀습니다. 




David Stirling (right) greets an SAS patrol on its return from a desert mission, (1942) [NATIONAL ARMY MUSEUM]

Lieutenant-Colonel David Stirling resting in the desert, (1942) [NATIONAL ARMY MUSEUM]

또한, 영국 특수부대 ‘SAS(Special Air Service)’를 창설한 ‘데이비드 스털링 경(Sir David Stirling)’은 기능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일교차가 큰 사막에서까지 애용했던 일화도 있죠. 이러한 사례들로 많은 분들이 ‘더플코트’의 기원은 밀리터리로 알고 계실 거라 예상되지만 슈트(suit)가 영국에서 시작되어 이탈리아에서 꽃을 피웠듯 ‘더플코트’역시 벨기에의 ‘더플’지방에서 유래되어 초석을 놓은 것이 영국의 해군이었기 때문에 밀리터리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냥 틀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Harold (right) and son Roger (left) outside the gloverall offices, (1951) [robindenim]

종전 후에는 군인들에게 더 이상 보급될 일이 없었기 때문에 군 당국은 수많은 ‘더플코트’의 잉여 재고에 처치 곤란을 겪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Glove(장갑)’와 ‘Overall(작업복)’을 판매했던 도매업자 *Harold & Freda Morris 부부가 잉여 재고를 헐값에 모조리 사들이면서 상부상조하게 되었죠. 일상생활을 하는 민간인들에게는 극한의 전시상황을 위해 견고하게 제작된 군수용 ‘더플코트’를 마다할 리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수량을 풀자 대량의 재고들이 단기간에 품절되면서 Morris 부부는 군복의 딱딱함을 빼고 조금 더 웨어러블(wearable) 하게 개량하여 선보였고 지금의 ‘Gloverall'이라는 브랜드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사진 속 인물들은 'Morris 형제'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은 실제로 부자지간이었으며, 위의 명시된 Harold & Freda Morris는 부부관계였다고 합니다. 추측하건대, 피상적으로 ‘형제’의 모습이 떠올라 유언비어가 퍼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Freda‘는 영국식으로 여자 이름을 뜻하는 것으로 잘못된 정보를 반증하죠.




Gregory Peck & David Niven in 'The Guns of Navarone', (1961) [ncregister.com]

Actress Elizabeth Taylor and her husband Michael Wilding, (1952) [photos.oregonlive.com]

Brigitte Bardot in a duffle coat in the film The Truth, (1960) [Duffle Coat shop]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더플코트’는 더 이상 전쟁의 잔재가 아닌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자리 잡아갑니다.  특히, 50-60년대는 황금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영화배우나 예술가들처럼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유명인들 또한 즐겨 착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영향을 받았던 수많은 팬들도 따라 입기 시작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죠.




BOOGIE HOLIDAY 21SS LOOKBOOK

추운 지방의 어부들과 갑판 위의 군인들을 거쳐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이제는 겨울이 되면 빼놓을 수 없는 외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혹한을 상대로 생존을 위해 고안된 투박하고 거친 옷인데 말이죠. 사실 ‘더플코트’의 기원에 대한 의견은 아직까지도 다양하지만 옳고 그름을 가르는 논쟁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의 곁에 남아있다는 점이죠. 이를 좀 더 재밌게 해석해보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클래식’과 많이 닮아있다는 것 아닐까요? 저희 부기홀리데이도 ‘더플코트’처럼 여러분들 곁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로 오랫동안 남아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길 약속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