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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7

Country House

Fox Hunt in the Roman Countryside, (1910) [www.the frick pitts burgh.org]

요즘은 복잡하고 바쁜 현대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한적한 자연에서 캠핑 등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이 늘고 있는데요. 이러한 모습들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여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옛날 유럽의 귀족들처럼 말이죠. 오늘은 그들만이 영위했던 ‘컨트리 하우스(Country House)’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Victorian Gentlemen and Fashion, (1850's) [www.the vintage news.com]

오늘날 복식의 관점에서 보면 개성을 존중받으며 자유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 상류층들이 시간과 장소 그리고 만나는 사람에 따라 하루에도 옷을 대여섯 번이나 갈아입는 일에 비하면 말이죠. 하지만 이런 격식을 차리는 일은 그들에게도 부담으로 느껴졌다고 합니다.




The royal enclosure, (1895) [EDWARDIAN PROMENADE]

또한, 3월~6월까지 사교계가 열리는 사교 시즌만 되면 타운 하우스(Town House) 즉, 런던과 같은 도시에서 잦은 파티와 모임에 참석하게 되는데요. 빈번한 일정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자주 거론되는 정치, 사회문제, 전쟁 등의 담화에도 염증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런 피폐해진 생활을 잠시 탈피하고자 광대한 영지를 소유하고 있던 그들이 귀농하여 지냈던 건물을 ‘컨트리 하우스’라고 하죠.




Kinross House [The Castles of Scotland]

Photograph of Chatsworth House in Derbyshire, (1930's-1980's) [TATE]

Althorp House [althorphouse instagram]

State Dining Room, (1892) [althorphouse instagram]

Paterson country house, Point Farm, by Schuyler & Lounsbery. Bedroom with canopy bed in Paterson country house, (1920's) [LIBRARY OF CONGRESS]

Paterson country house, Point Farm, by Schuyler & Lounsbery. Living room in Paterson country house II, (1920's) [LIBRARY OF CONGRESS]

현대인들의 눈에는 호화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더욱 더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그들의 도시 생활의 모습을 간소화한 것이기 때문에 당시 상류층들에게는 절제된 라이프스타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 중, 인테리어는 가치관이 가장 잘 투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죠. 그 당시의 최신 유행이 아니라 대를 물려받아 사용해왔던 가구들을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럽고 편안한 빈티지(Vintage) 무드를 풍깁니다. 이 양식은 지금까지도 인테리어 업계에서 북유럽 문화를 지향하는 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Edwardian gentlemen with fishing rods at Ellesmere, (1900's) [Media Storehouse]

특히, 복장에도 그들의 철학이 녹아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당시의 민속 스포츠인 여우 사냥을 하거나 슈팅(사격)과 낚시 등으로 여가시간을 보냈던 그들은 겉치레가 아닌 실용성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때문에 방풍과 방수, 사냥 시 위장까지도 충족 시켜줬던 튼튼한 '트위드(Tweed)'원단을 선호하곤 하였죠.




Victorian era tailoring shop, (1880's) [Gentleman's Gazette]

하지만 기성복이 보편화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에 맞는 디자인의 옷은 시중에 없었습니다. 결국, 귀족과 상류층의 옷을 맞춰주던 당대 최고 비스포크(Bespoke) 양복점들의 재단사들에게 의뢰를 맡기게 되었고, 그들이 심혈을 기울인 끝에 완성도 높은 디자인의 옷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Edwardian Gentlemen, (1900's) [www. vanderbilt.edu]

사격 시 어깨와 팔꿈치의 견착으로 옷이 쉽게 마모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코듀로이나 스웨이드 소재를 덧붙인 것이 대표적인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죠.




Early Full Norfolk Ensemnle, (1930's) [Gentleman's Gazette]

Village Schoolteacher, (1921) [MoMA]

또한, 등판에 '액션 플리츠(Action Pleats)'는 원활한 활동성을 부여했고, 야외에서 많은 도구들이 수반되어야 했기 때문에 수납에 용이한 전면의 포켓들은 필수 요소였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재킷의 디자인은 지금까지도 차용되고 있고 일반적으로 ‘헌팅 재킷(Hunting jacket)'혹은 ’슈팅 재킷(Shooting jacket)'이란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Gamekeeper, (1900's) [EDWARDIAN PROMENADE]

Andreas Moe med Jakthund, (1910) [WIKIMEDIA COMMOMS]

Leon de Lunden of Belgium won the live pigeon shooting event at the Olympics in Paris, (1900) [Kee Facts]

하층민들이 생계수단을 위해 입었던 트위드 소재를 차용하고, 헤짐을 방지하기 위해 원단을 덧대거나 하는 것들을 개의치 않아 했던 그들의 태도와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 봤을 때, ‘컨트리 하우스’라는 취지에 맞게 사치를 줄이고 검소함을 지향했던 관념을 엿볼 수가 있죠.




Eton student were even obliged to wear top-hats during WWI training ,(1915) [Somerset Labour]

물론 과거의 상류층들을 일반화시키긴 어렵지만, 한국인들에겐 상류층이라고 하면 편견이 있기 마련인데요. 사실, 당시 대부분의 유럽 귀족들은 그들에게만 해당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 고귀한 신분에 따르는 책무)’를 불문율이라 여기고 실천하는 훌륭한 선구자들이었습니다. 일례로, 두 번의 대전 사이에서 솔선수범하게 지휘관으로서 최전선에 섰기 때문에 전사자의 비율이 서민 병사들보다 훨씬 높았다고 하죠.




Ralph Lauren Presentedwith an Honorary UK Knighthood, (2018) [Esquire]

이들의 초연한 태도를 동경하고 고귀한 생활에서 영감을 얻으며 성장했던 미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랄프로렌(Ralph Lauren)’은 ‘컨트리 하우스’ 스타일도 컬렉션을 통해 꾸준히 선보였습니다. 영국 왕실은 이를 높게 사여 영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공로로 인정하여 미국 디자이너 최초로 대영제국 훈장을 수여한 일화도 있죠.




BOOGIE HOLIDAY 21FW LOOK BOOK

패션 저널리스트로 저명한 ‘브루스 보이어(G. Bruce Boyer)’는 ‘컨트리 하우스’ 스타일이 세월이나 분위기, 그 사람의 지위가 변해도 잘 어우러진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어찌 보면 패션 시장이 트렌디 해지고 점점 매스화(Mass Fashion)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고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오히려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컨트리 하우스’처럼 새것보다 자연스럽게 변화한 세월의 흔적, 사치와 과시를 절제한 멋. 그 속에 내포되어 있는 과거 상류층들의 관념과 도덕적인 가치를 느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